부활절 이후 우리의 삶
2025년의 부활절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예배당을 가득 채웠던 찬양과 고백은 점차 사라지고, 교회는 평소의 조용한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질문은 남습니다.
“부활은 나의 오늘과 어떤 상관이 있는가?”
절기 속의 감동은 금세 퇴색되고, 다시 반복되는 삶의 무게가 우리를 덮쳐옵니다.
현대인의 삶은 바쁨과 피로 속에 살아갑니다.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선택, 너무 많은 실망…, 세상은 점점 더 혼란스럽고, 사람들은 점점 더 불안해집니다. 관계는 표면적이고, 감정은 쉽게 상하고, 믿음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희미해져 갑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부활 신앙’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성경은 부활 이후의 삶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베드로의 회복’을 우리 앞에 놓습니다.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 그는 깊은 자책과 부끄러움 속에, 다시 생업의 자리로 돌아가 그물을 던졌지만 밤새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새벽, 부활하신 주님이 그를 찾아오셨습니다. 주님은 숯불과 조반을 준비해 놓고, 말없이 그를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으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 질문은 책망이 아닙니다. 회복의 시작이요, 사명의 회복을 위한 사랑의 질문입니다.
주님은 베드로의 실패보다 그의 사랑을 보고 계셨습니다.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을 통해, 실패한 자에게 다시 미래를 맡기십니다. 이것이 부활의 은혜입니다.
오늘날도 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아갑니다. 교회를 다니지만 기도는 점점 줄고, 성경은 손에서 멀어지고, 마음은 세상의 소리에 잠식되어 갑니다. 가정의 무너짐, 직장의 부조리, 세상의 불의 앞에서 낙심할 때도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실패한 신자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 주님은 찾아오십니다. 사명을 잃어버린 자에게 다시 사명을 주시고, 사랑을 저버린 자에게 다시 사랑을 물으십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이 질문은 단순한 회고가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인생의 미명에 찾아오시는 주님의 음성입니다. 그분은 다시 묻습니다. 예배의 감동이 식어갈 때, 관계에 지쳐갈 때, 죄와 싸우다 넘어졌을 때…. 그때마다 주님은 부활하신 몸으로, 살아 계신 주님으로 우리 삶 한가운데 서 계십니다.
부활 신앙은 절기가 아니라 삶입니다. 그것은 매일의 삶에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입니다. 어제의 실패가 오늘의 무가치함이 아님을 증언하는 능력입니다. 그 부활의 능력은 오늘도 우리에게 말합니다.
“죽음도 나를 이기지 못했다. 그러니 너의 절망도 끝이 아니다.”
“너는 이미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 죄는 너를 더 이상 지배하지 못한다.”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새 창조가 시작되었다.”
이제 부활절은 지나갔지만, 부활하신 주님은 오늘도 살아 계십니다. 그분은 다시 묻고 계십니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우리의 피곤한 일상 속에서, 우리의 깊은 좌절 속에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대답할 때,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 고백 위에 하나님은 다시 사명의 길을 여시고, 일상을 소명으로 바꾸시며, 절망의 자리에 소망의 등불을 밝혀주실 것입니다. 부활절 이후의 삶은 다시 시작되는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그 사랑 안에서 새롭게 시작합시다.
송금관 목사 / 평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