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형교회들의 이민 목회자 청빙에 관한 교회론적 성찰”
한국의 일부 대형교회들이 미국 이민교회 목회자들을 청빙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목회자의 자질과 영성을 기준으로 청빙하는 일 자체를 문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한 목회자 청빙의 문제 차원을 넘어서 참된 교회론 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부합하는 길인가?
참된 교회론은 말씀의 바른 선포와 성례의 정당한 시행과 권징의 실천에 둔다. 이 세 요소는 모두 교회의 ‘순결성’을 보전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교회 구조 안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온전히 지켜지기란 쉽지 않다. 목양의 본질이 행정 업무에 가려지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집중한 말씀과 사역 보다는 조직 운영이 앞세워지는 경향을 부인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민 교회를 섬기던 목회자들을 대형교회에서 ‘청빙’이라는 명분으로 데려가는 일이 그 교회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다. 대부분의 이민교회는 지역의 문화와 이민자들의 정서를 품고 깊이 있는 목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이민 교회의 토양에서 목회자를 잃는 것은 단순히 목회자 리더 한 사람의 자리를 비우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영적 흐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과연 교회 성장이란 무엇인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성경은 교회의 크기나 규모보다 그 순결함과 신실함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여러 곳에서 강조하고 있다(엡 5:25-27; 고전 3:16-17; 계 2~3장). 오히려 하나의 대형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지역 중심의 건강한 교회들이 다수로 분립되어 목양과 대사명(전도와 양육)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에 더 부합하지 않겠는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성장한 교회를 어떻게 잘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교회의 머리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관심보다 더 크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교회를 더 ‘크게’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작은 교회들을 세워서 교회의 순결성을 더욱 잘 지키고 사명을 더욱 충실히 감당해야 할 때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님 나라의 영광에 있다. 그러므로 대형교회들은 성장과 유지를 우선하는 대신 교회의 머리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전도와 양육이라는 두 전략에 사활을 걸고 모든 민족을 제자 삼는 일에 최우선의 관심을 두어야 한다. 목회자 청빙의 문제조차도 이러한 교회론적 관점에서 다시 성찰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승훈 목사(남가주보배로운교회)